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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번째 영혼의 계약으로 루의 영혼 대부분을 받게 된 시엘은 전에 없던 거대한 마력과 마기가 몸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.<br>
이미 반마족이었던 시엘의 몸은 이로 인해 마족화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.


재계약의 영향으로 꿈을 통해 처음에는 기쁨, 슬픔, 분노 등 다양한 루의 감정과 기억이 전해져 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루의 감정은 점점 흐릿해져 갔다.<br>
시엘은 이러한 루의 변화를 자신에게 영혼과 힘을 더 나눠준 탓으로 판단해 더욱 정성껏 돌봤지만, 루의 상태엔 차도가 없었다.<br>
좋아하던 디저트에도 흥미를 잃었고, 과거 함께했던 추억에 대해서도 기억만이 남아 마치 남의 일을 이야기하듯 건조했다.
시엘은 루의 상태가 자신의 간병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며, 영혼의 계약 자체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했다.<br>
자신과 루를 쫓는 마족 암살자들을 역으로 추적하며 영혼의 계약에 대해 추궁해 봤지만,<br>
루와 같은 고위 마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이기에, 제대로 아는 마족은 없었다.<br>
시간이 지날수록 시엘은 초조하고 불안해졌다. 루는 지금도 서서히 무감정 해지고 있다. 내가 지켜야 하는데...<br>
시엘의 불안이 차츰 강해질수록, 이에 반응하듯 루의 상태도 나빠졌다.<br>
루는 힘없이 시엘의 탓이 아니라고 위로하고 괜찮다며 다독였지만, 죄책감으로 무너져 가는 시엘은 도저히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.
“루가 이렇게 된 건 내 책임이야.<br>
이제... 내가 루를 이끌어야 해.”
자책과 죄책감이 쌓이고 쌓여 시엘에게 뒤틀린 책임감의 형태로 깊이 새겨졌다.<br>
더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리라. 반드시 루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말 것이다.<br>
시엘에게서 뿜어져 나온 강대한 마력은 구체화되어 ‘에고’로서 발현된다.
시엘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찾은 단서들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. 분명 길이 있을 것이다. 아니, 있어야 한다.<br>
오로지 루를 위해서 시엘은 자신의 무기를 치켜들고 다시 한번 일어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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